성지순례 3일차
제3일 요르단 남부지역
페트라
야곱의 큰아들 에서는 자신의 가족을 이끌고 요단 동편 땅으로 이주하였습니다(창36장). 세일산을 중심으로 정착한 에서의 후손과 그 땅을 ‘에돔’이라고 부릅니다. 세일산은 특정한 어느 산이 아니라, 에돔 지역의 북에서 남으로 길게 이어진 바위 산지를 가르킵니다. 그 지역의 중심부에 고대 도시 페트라가 있습니다.
파노라마 호텔의 아침 창 밖으로 에돔지역, 세일 산지가 펼쳐져 있습니다. 저 바위 산 깊숙한 곳에 오늘 오전 방문할 페트라가 있습니다. 가는 동안 중간에 있는 ‘아윤 무사'(모세의 샘)에 들러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곳의 거의 유일한 식수원이었다고 합니다.
페트라 매표소에서 협곡 입구까지는 걸어서 10분 정도의 거리입니다. 주변에는 고대 건축의 흔적들이 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데, 대부분 종교적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입구를 지키는(?) 전통 무사 차림의 직원 뒤로 계곡이 길게 이어집니다.
이 계곡길 안쪽에 옛 도시가 있습니다. 한 때 수만명의 인구들이 거주했던 지역으로 이어지는 이 좁은 통로에는 물을 공급하던 통로, 종종 나타나는 기이한 바위 형상들이 있습니다. 중간에 한 현지민이 가파른 바위산에서 내려오는 것을 감탄하며 바라봅니다.
알 카즈네
바위 절벽만 계속되던 길 끝에 고대의 신비한 건축물이 슬쩍 모습을 드러냅니다. 바위 절벽을 깎아서 그대로 신전을 만든 이 불가사의한 건축물은 19세기까지 바깥 세계에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알 카즈네’라고 불리는 이 신전과 계곡은, 세계적 테너 파바로티의 콘서트도 열릴 정도의 유명세를 가지고 있지만, 에서의 후손 에돔을 이곳에서 쫓아내고 이 문명을 건축했던 나바테아인들도 역사 속에서 자취를 감추고, 그 흔적만 남아있을 뿐입니다.
알 카즈네에서 내려가는 길은 왕과 귀족들의 묘실로 가득하고, 중심부에서 멀어질수록 평민들의 작은 묘실과 거주지가, 그 아래쪽에는 로마 시대에 지어진 원형극장이 있습니다. 오른 쪽 언덕 위로는 페트라의 또다른 명소들과 궁전터가 있지만, 우리는 왼쪽 언덕을 올라 이곳 전체를 관망해 보기로 합니다. 꼭대기에서는 대제사장 아론이 올랐었던 호르산 정상이 희미하게 보입니다.
와디럼
오후 일정은 ‘와디럼’입니다. ‘와디’는 비가 오면 강이나 시내도 될 수 있지만, 평소에는 말라있는 곳의 통칭이고, ‘럼’은 ‘높은 지역’이라는 뜻입니다. 큰 의미 없는 이름이었지만, 근대의 역사와 더불어 명소가 되었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유명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의 주요 무대이기도 하고, 최근 영화 ‘마션’이 주로 촬영된 곳이기도 합니다. 화성을 연상시킬만큼 광활한 대지와 기이한 암석들, 특히 붉은 모래사막으로 유명합니다. 모래바람에 겁을 먹은 우리들은 입과 코를 막고 완전무장을 했지만, 여러 나라의 관광객들이 모인 곳에 도착해보니 얼굴을 가린 사람들은 우리들 뿐이었습니다.
사막은 광활하고, 바위산은 높습니다. 어느 바위 골짜기 속에서는 선사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사냥하는 모습을 바위에 새긴 음각화도 볼 수 있습니다. 베두인 텐트에서 바람을 피해 현지 커피를 마셔봅니다. 뭐 그저 그런 맛.
다시 모래를 밟아봅니다. 붉은 사막이라는 이름이 실감납니다. 높은 언덕에 올라서 광야를 행진하고, 광야에서 기도했던 이스라엘 백성의 삶을 생각해봅니다. 바로 이 골짜기들을 통해서 출애굽 백성들이 가나안 땅으로 올라갔습니다.
와디럼 캠프
와디럼 다른 쪽에 만들어진 광야 캠프에 숙박합니다. 푸른 나무로 정갈하게 꾸며 놓았지만, 숙소는 바람에 흔들거리는 천으로만 구분되어 있고, 세면장도 두 군데 뿐입니다.
현지의 귀한 음식이 준비된 저녁을 기다리던 사람들을 뒷쪽 빈터로 부릅니다. 바닥에 타오르던 장작불을 제거하고 모래를 걷으니 쇠로 된 덮개가 나타납니다. 직원들이 뚜껑을 열고 장작불의 열기로 익은 음식을 꺼냅니다. 환호성이 터집니다. 대단한 맛을 기대하였는데, 그냥… 싱거웠습니다. 누군가의 배낭에서 꺼낸 컵라면이 최고입니다. 캠프 가운데 피어있던 모닥불 가에서, 모래바람 함씬으로 희미해진 하늘에서 그래도 빛을 뿜어내는 별을 바라보다가, 광야의 바람이 흔드는 숙소 지붕의 흔들거림과 함께 잠듭니다.
지도로 본 셋째날 여정
파노라마 호텔 ~ 아윤무사 ~ 페트라: 5km
페트라 ~ 와디럼 입구: 113km
와디럼 ~ 캠프 : 24km
둘째날 이동거리 142km.
알 카즈네는 봐도 봐도 놀랍네요^^*